2024년 11월 23일
데뷔전에서

데뷔전에서 강한 인상 남긴 김진규

데뷔전에서 강한 인상 남긴 김진규

잉글랜드로 떠나는 배준호 A대표팀에서 뛰고 싶다

스포츠계에는 ‘야구는 투수 놀음,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에서 지도자의 철학과 아이디어, 순간 판단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현역시절 ‘경상도 상남자’ ‘싸움닭’으로 유명했던 김진규 감독대행(38)의 데뷔전에서 서울이 보여준 모습은 ‘김진규’스러웠다.

단단한 수비와 투쟁심을 가미해 ‘절대 1강’ 울산 현대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 경기서 2대2로 비기며 승점 1점을 따냈다.

김 대행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 전 방송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뭘 주문했는지 운동장에서 보면 알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그런(주문한) 모습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0명의 김진규’가 뛰는 모습을 기대해달라고도 했다.

패기넘치는 감독대행의 발언엔 거침이 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김 대행은 나흘간의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울산의 측면 공격을 봉쇄하는 수를 들고나왔다.

임상협 김진야는 4-1-4-1 포메이션에서 양 측면 미드필더로 출격했으나,

수비시에는 풀백 위치까지 깊숙이 내려와 상대 측면 공격수들을 밀착마크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풀백인 박수일 이태석이 달려나가 차단했다. 울산 선수가 공을 잡으면 순간적으로 2~3명이 에워쌌다.

서울의 진용은 김신진의 위치 이동과 포지션 체인징에 따라 4-4-2, 4-5-1, 5-4-1, 6-2-2를 오갔다.

울산 바코, 설영우 등이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압박의 강도는 ‘익수볼’ 시절보다 높아보였다.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이 술래가 되어 힘들게 공을 탈취하지 않고 ’10명의 김진규’가 일심동체, 협력 수비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울은 2021년 9월 안익수 전 감독이 부임한 직후 수비진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상대팀들을 당혹시킨 바 있다.

김 대행의 부임 첫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기적인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안 전 감독과 김 대행은 모두 수비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반 9분 일류첸코의 선제골까지 터지면서 서울이 한 골 앞선채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을 원하는 대로 풀어나간 김 대행은 미리 준비한 2번째 카드를 꺼냈다.

반게임(45분) 투입을 예고한 임상협 김진야 자리에 공격적인 나상호 윌리안을 투입했다.

리그 선두 울산을 상대로 더욱 몰아쳐 추가골을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울산 풀백 설영우 이명재의 공격 가담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연속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자유’를 얻은 바코와 설영우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으로 울산 공격수 주민규가 4분 간격으로 연속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조직력이 흐트러진 서울은 주도권을 내주며 휘둘렸다. 울산의 유효슛은 전반 1개, 후반 9개였다.

최철원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3번째, 4번째 실점을 할 수도 있었다.

서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윌리안이 후반 추가시간에 개인기량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김 대행의 기대에 늦게나마 부응했다.

최근 후반 막바지 실점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치던 서울은 패배 위기를 모면했다.

똑같은 2대2였지만 지난 포항전, 대구전과는 달랐다.

울산전 전반 45분 동안 보여준 원팀 플레이와 이를 빚어낸 김 대행의 아이디어,

그리고 추가시간 극장 동점골은 남은 시즌 파이널A그룹을 향해 달리는 서울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김 대행은 울산 상대로도 이길 줄 알았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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