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절친 ; 똑같이 푸른 피가 흐른다고 여겨졌던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과 배영수 신임 롯데 투수 코치. 삼성 초기 왕조를 열었던 두 주역이 한 팀에서 다시 뛸 기회를 놓쳤다.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이고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지만 묘하게 가는 길이 엇갈리게 됐다.
배영수 코치는 올 시즌까지 두산 불펜 코치로 활동한 상황. 롯데로 가지 않았다면 절친했던
이승엽 감독과 한솥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의 뜻은 어긋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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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이승엽 감독의 선임 작업이 다소 늦어진 탓이 있다.
두산은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이승엽 감독을 선임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 전까지는 절대 비밀로 해야 했기 때문에 이승엽 감독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 사이 배영수 코치에게 롯데에서 러브 콜이 왔다. 오래 된 이야기다.
성민규 단장은 초.중학교 선배인 배영수 코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롯데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배 코치는 깊은 고심 끝에 롯데행을 결정하게 됐다.
배 코치는 “쉽지 않은 결정 이었다. 성 단장과 친하기는 했지만 같이 야구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가는 길이 다르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진심 어린 부탁을 받고 마음이 흔들렸다”며
“잘 하면 크게 환영 받을 수 있지만 못하면 큰 질책이 돌아오는 자리다.
솔직히 겁이 좀 났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부딪혀 보기로 했다.
롯데에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투수들이 많은 만큼 최선을 다해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배 코치의 롯데행이 결정된 뒤 이승엽 감독의 두산 취임이 확정이 됐다.
이 감독 입장에선 배 코치를 잡을 손도 써 보기 전에 모든 것이 결정 됐다.
레전드 절친
두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이 배영수 코치가 떠난 것을 대단히 아쉬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친분 관계를 떠나 두산에서 2군과 1군 불펜 코치를 거치며 젊은 선수들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코치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호흡을 맞추는데도 힘이 될 수 있는 코치였다. 배영수 코치 만한 투수 코치 적임자가
없다고 할 만큼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코치였다. 이승엽 감독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더 함께 하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이승엽 감독과 배영수 코치다. 하지만 운명은 둘 사이를 갈라 놓고 말았다.
이제는 경쟁 팀의 감독과 코치로 만나게 됐다. 적이 되어 싸우는 모습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부딪혀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삼성 초기 왕조를 열었던 이승엽 감독과 배영수 코치. 두 절친의 뜨거운 맞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