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0순위 ;16년, 585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베테랑 저스틴 벌랜더(39)가 감격의 월드시리즈 첫 승을 챙기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0순위 에이스가 드디어 자신의 징크스를 깼다.
벌랜더는 4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월드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버텨 승리투수가 됐다.
[ 손흥민 안면부상 , 볼 경합 중 강한 충돌…29분 만에 교체 ]
휴스턴은 3-2로 신승해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 나갔다. 앞으로 1승만 더하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월드시리즈는 벌랜더에게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인 지난 2006년 10월 2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 등판해 5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져 패전을 떠안았다.
월드시리즈 데뷔 무대를 망친 대가는 컸다. 이날 전까기 월드시리즈 통산 8경기에서 무승6패, 43이닝, 평균자책점 6.07에 그쳤다.
16년 동안 이어진 악몽은 이날도 계속되는 듯했다. 벌랜더는 1-0으로 앞선 1회말 선두타자 카일 슈와버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시속 93.5마일 하이패스트볼을 통타 당해 오른쪽 담장 너머로 뻗어 나갔다.
벌랜더의 월드시리즈 통산 10번째 피홈런, 역대 월드시리즈 최다 피홈런 투수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은 순간이었다.
2회에는 조기 강판 위기에 놓였다. 벌랜더는 2사 후 진 세구라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브랜든 마시와
카일 슈와버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며 크게 흔들렸다. 불펜에는 만약을 대비해 몸을 푸는 투수가 등장했다.
사이영상 0순위
벌랜더는 2사 만루 위기에서 리스 호스킨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지금은 마운드에서 내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벤치에 전달했다.
큰 고비를 넘긴 벌랜더는 5회까지 조금은 힘겨웠어도 실점 없이 버텼다. 그사이 4회초 제레미 페냐가
좌월 솔로포를 터트려 2-1 리드를 안겼다. 벌랜더가 월드시리즈 첫 승과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6회 수비에 앞서 벌랜더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투구 수는 94개로 한 이닝을 더 던질 여유가 있었지만, 스트라이크가 58개일 정도로 이날
제구가 좋지 않았던 만큼 빠른 교체를 선택했다. 벌랜더는 월드시리즈
9번째 등판 만에 처음으로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휴스턴 불펜은 벌랜더가 염원한 월드시리즈 첫 승을 지켜줬다. 3-1로 앞선 8회말 등판한
라파엘 몬테로가 1사 1, 2루 위기에서 진 세구라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줘 3-2로 쫓겼으나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라이언 프레슬리가 마시를 헛스윙 삼진, 슈와버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흐름을 끊었다. 프레슬리는 9회 남은 아웃카운트 3개도 책임지면서 벌랜더와 팀을 모두 웃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