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천하의 류현진도

천하의 류현진도 흔들린 실책 유쾌함 넘친 99번째 승리

천하의 류현진도 흔들린 실책 유쾌함 넘친 99번째 승리

1할대 타율인데 60억 타자의 괴력

“페라자 빼고 좋았던 것 같아요”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4구,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 시즌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8년 17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통해 ‘친정’ 한화로 복귀한 이후 류현진이 선보인 가장 완벽한 투구였다.

특히 직전 등판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4이닝 동안 무실점 투구를 펼친 후 5회에만 무려 8개의 집중타를 맞는 등

KBO리그 기준 개인 최다 실점인 9실점(9자책)으로 무너졌던 충격을 완벽하게 털어내는 투구였다.

류현진이 여전히 빅리그에서도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

이날 류현진은 최고 148km 직구(32구)를 바탕으로 체인지업(31구)-커브(19구)-커터(12구)를 섞어 던지며 두산 타선을 상대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지난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무려 4612일 만에 승리를 손에 넣었다.

이 승리로 류현진은 KBO리그 통산 99승째를 손에 넣었는데, 특히 이 승리는 키움전에서 부진한

투구로 인해 시작된 한화의 5연패를 끊어내는 투구였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한 승리였다.

5회 2아웃까지 그야말로 두산 타선을 갖고 놀았다. 천하의 류현진도 1회 시작부터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2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석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첫 출루를 허용했으나 실점은 없었다.

그리고 3회 ‘주무기’ 체인지업을 통해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다시 한번 완벽한 이닝을 만들었고

4회에도 2사 이후에 김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특별한 위기 없이 두산 타선을 요리해 나갔다.

특히 류현진은 5회 2아웃까지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4⅔이닝 ‘노히트’ 투구를 선보였다.

물론 리그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하기 전까지 빅리그의 러브콜을 받았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투구였다.

류현진은 5회 2사 이후 김기연에게 130km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첫 안타를 맞으면서 노히트 투구가 무산됐으나

후속타자 김대한의 허를 찌르는 113km 커브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삼진을 뽑아내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5회를 마친 시점에서 류현진의 투구수는 82구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세 경기에서 70구가 넘은 시점에서 집중타를 맞았던 류현진이지만, 한화 벤치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에이스를 믿었던 것. 그리고 이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류현진은 5회 첫 타자 김태근을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이닝을 출발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허경민에게도 뜬공을 유도하면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치명적인 실책이 발생한 것.

너무나도 평범한 뜬공을 잡았다가 놓친 만큼 그동안 평정심을 유지하던 류현진도 잠깐이지만 흔들렸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양의지와 승부에서 폭투를 기록하면서 1사 2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KBO리그 몸값 2위를 자랑하는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묶은 뒤 ‘강정호스쿨’을 다녀온 뒤 과거의 위엄을 되찾은

김재환까지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매듭지었고, 이 투구는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 첫 승리로 연결됐다.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후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큼 ‘베테랑’ 반열에 오른 류현진.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입담이 대폭발했다.

류현진은 페라자의 실책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솔직히 좀…”이라고 뜸을 들이더니 “표정 관리가 안 됐었다”고 말해 인터뷰 장소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계속해서 류현진은 “중심 타선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실책 이후) 두 개의 타구가 페라자 쪽으로 가더라.

(실책 때문에) 페라자가 나보다 더 집중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너스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화 야수진들의 탄탄한 수비에 대한 질문에 “초반에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선발 입장에서는 편하고

감사하다”면서도 “야수들의 집중력에 페라자 빼고 좋았던 것 같다”고 디스(?)를 이어갔다.

류현진은 이날 ‘동갑내기’ 양의지와 맞대결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던 장면에 대해서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류현진은 “(양의지가) 파울을 치고 식빵 욕을 하더라. 그래서 웃었다”며 “타이밍은 맞았는데, 파울이 되니 양의지가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같이 웃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거침 없는 이야기로 인해 인터뷰 장소는 다시 한번 웃음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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