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2군행 한화 최초 골글 2루수의 거듭된 시련
2년 연속 2군행 한화 최초 골글 2루수의 거듭된 시련
군입대를 미루며 포지션까지 바꿨다. 배수진을 치고 독하게 시즌을 준비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2년 연속 2군에 내려간 정은원(24)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8일 투수 김기중과 함께 정은원을 1군 엔트리 말소했다.
경미한 햄스트링 통증으로 지난달 30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최고참 외야수 김강민이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맞춰 1군에 복귀할 예정인데 그 자리를 정은원이 내줬다.
한화 1군 엔트리에 외야수는 요나단 페라자, 이진영, 임종찬, 최인호 그리고 정은원까지 5명이 있었다.
좌타 자원으로 임종찬, 최인호, 정은원 3명이 있어 누군가 빠져야 했다.
임종찬(타율 .222 7타점 OPS .734), 최인호(타율 .250 3타점 OPS .604)의 타격 페이스도 좋지 않지만 셋 중 가장 성적이 저조한 정은원이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개막전 1번타자로 시작한 정은원은 그러나 9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21타수 3안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볼넷 4개를 얻어냈지만 삼진 6개를 당하며 OPS .566에 그쳤다.
지난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로 나와 볼넷 2개를 골라냈지만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엔트리 생존이 걸린 경기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채 서산으로 갔다.
정은원은 지난해에도 8월 중순 2군에 내려간 바 있다. 2018년 프로 입단 후 부상이 아닌 이유로 2군에 내려간 것은 처음이었다.
122경기 타율 2할2푼2리(388타수 86안타) 2홈런 30타점 OPS .601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시즌을 보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매년 잘할 순 없고, 한 해 정도 부진할 수 있지만 정은원을 둘러싼 상황이 너무 야속하게 흘러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노렸지만 불발되면서 정은원은 군입대를 계획했다.
하지만 1년 더 뛰고 가기로 결정하면서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부터 외야수 겸업을 준비했다.
2루 수비가 흔들리던 차에 문현빈이 나타났고, FA 안치홍까지 들어오며 생존 경쟁을 위해 외야로 나갔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수비에서 큰 사고 없이 순조롭게 적응하며 좌익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손호영의 배트 끝에 맞고 휘어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수비와 달리 타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선 타율 3할2푼(25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으로 페이스가 좋았고, 개막 2연전 1번타자 자리를 꿰찼지만 6타수 무안타로 막혔다.
개막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2타석 연속 삼진 후 대타로 교체됐다.
다음 경기부터 최인호가 1번 타순에 들어오며 서로 선발, 교체 출장을 반복하는 경쟁이 시작됐다.
두 선수 모두 확 치고 나가지 못하면서 문현빈이 1번으로 올라가고 타순이 9번으로 내려갔지만 여기서도 정은원은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올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선구안 좋은 정은원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삼진 비율이 23.1%로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은원은 한화가 키우고 배출한 최초의 골든글러브 2루수다.
2013년 정근우가 한화 소속으로 수상했지만 FA 이적 전 소속팀 SK 와이번스에서 거둔 성적으로 받은 것이었다.
정근우가 에이징 커브로 수비가 흔들린 2018년 혜성처럼 나타난 정은원은 2000년생 최초 홈런을 치며 한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안정된 수비와 야무진 타격 솜씨로 2019년부터 주전 2루수로 자리잡았다.
2021년에는 역대 최연소(21세) 100볼넷(105개) 시즌을 보내면서 극강의 눈야구를 과시했다.
139경기 타율 2할8푼3리(495타수 140안타) 6홈런 39타점 19도루 OPS .791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기나긴 암흑기 속에서 한화 팬들이 믿고 의지하는 몇 안 되는 선수였지만 2022년 개인 최다 17실책으로 수비가 흔들렸고, 지난해부터 타격이 무너지면서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군입대를 미루면서 포지션 변경까지, 누구보다 큰 자극을 받고 독하게 준비했던 시즌이라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