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교체실수 사태 유사 사례는 23년 전 전북
K리그 교체실수 사태 유사 사례는 23년 전 전북
지난 28일 K리그1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발생한 ‘교체 실수’ 사태에 대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30일 경기평가위원회를 연 연맹은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포항의 몰수패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역설적으로 참고할 만한 선례는 23년 전의 전북이다.
2000년 7월 1일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전북은 후반 39분 교체 중
심판진 간 의사소통 문제로 12명이 10여 초간 그라운드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코너킥을 내준 전북은 조란을 투입하려 했다. 그런데 허락하지 않은 주심과 달리,
‘문제없다’는 부심의 말에 대기심이 박성배가 떠나지 않았는데도 교체를 받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1-2로 진 부천은 곧장 제소했고, 프로연맹은 위원회를 열고 몰수패 여부를 검토했다.
결론은 ‘전북을 징계할 수 없다’였다. 당시 연맹은 규정을 언급하며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늦게나마 알아 선수를 내보내고 속행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체 과정에서 심판들의 잘못이 있었음은 인정했다.
물론 이번 사태는 심판진에 혼선의 빌미를 준 게 명단을 잘못 기재한 포항이라는 점이 23년 전과 다르다.
그러나 11명 외 추가로 12명째 ‘무자격 선수’가 발생한 게 몰수패의 근거로 주장되는 큰 틀은 유사하다.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규칙의 선수 교체 절차 규정상 무자격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면 해당 선수의 소속 구단이 0-3 몰수패를 당한다.
23년 전 전북 사례 등을 보면 12번째 선수의 출현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다.
포항은 신광훈과 교체해 그라운드를 떠날 선수를 다친 김용환이 아닌 김인성으로 잘못 기재했다.
착각 끝에 부상자 대신 멀쩡한 선수를 빼는 ‘비효율’을 선택한 꼴이 됐다.
그런데 김인성이 그대로 뛰자 대기심은 그를 내버려 뒀다. 그라운드 밖에서 부상 부위 처치를 받던
김용환이 적법하게 교체로 물러난 상태라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제출된 명단대로 교체라도 제대로 처리됐다면 김인성이 떠나면서 ’12번째 선수’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포항과 유사한 문제에 휩쓸렸고,
독일축구협회는 12번째 선수가 등장한 이유가 심판의 운영 미숙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지난해 4월 2일 프라이부르크와 독일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경기에서 뮌헨은 후반 40분 뮌헨이 킹슬리 코망, 코랑탱 톨리소를 동시에 빼려 했다.
그런데 교체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코망이 그라운드에 남으면서 12명이 뛰는 상황이 벌어졌고, 17초 후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 현장에서 양 팀 관계자들이 심판진과 상의한 끝에 일단 경기를 속행, 뮌헨이 4-1로 이겼다.
그러나 프라이부르크는 무자격 선수가 뛴 상황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며 독일축구협회에 제소하고 뮌헨의 몰수패를 주장했다.
독일축구협회는 뮌헨보다는 교체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한 심판진 책임이 크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심판진이 교체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골자다.
당시 발표 자료에서 슈테판 오버홀츠 독일축구협회 산하 스포츠재판소 소장은 “심판의 잘못된 행동에 비하면 구단의 몫은 사소한 정도”라고 밝혔다.
이때 독일축구협회가 비교 사례로 꺼낸 게 2021년 8월 8일 독일축구협회컵 1라운드 볼프스부르크와 뮌스터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볼프스부르크는 허용된 인원인 5명을 넘어 6명을 교체해 3-1로 이겼다.
그러나 뮌스터 측의 제소 끝에 독일축구협회는 볼프스부르크의 몰수패를 최종 선언했다.
교체 인원처럼 사전에 안내된 대회 규정을 확인하지 않은 건 구단의 책임이 크다고 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