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후배 위해

후배 위해 웜업존 자청한 김연경 ‘박수 치고 응원하고’

후배 위해 웜업존 자청한 김연경 ‘박수 치고 응원하고’

박하나의 화양연화 (花樣年華)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웜업존을 자청했다.

우승을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의 성장이 필연적이라 느꼈을 김연경(35)이다.

그 때문에 경기 출전 대신 훈련 내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코트 밖 웜업존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아직 그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하다.

흥국생명은 30일 오후 4시 경상북도 구미시 광평동의 박정희 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0-3(16-25, 21-25, 15-25)으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흥국생명은 과감하게 김해란(39), 김수지(36), 김연경 베테랑 3인방을 배제했다.

김해란은 보강 훈련을 하며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이적한 김수지는 지난달 팀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연골의 일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수술 후 재활에 들어갔다.

빠르면 8월말, 9월초 복귀가 가능한 상황.

대신 정규시즌에서 충분히 뛰지 못할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제공하며 성장과 기회의 장으로 삼았다.

흥국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김연경은 이번 컵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조금이라도 가길 바랐고,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지난 시즌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선수들이 나설 것”이라 확언했다.

젊은 선수들로 호기롭게 나섰지만, 1세트부터 한계가 느껴졌다.

물론 IBK기업은행은 국가대표에 차출됐던 표승주, 신연경을 포함해 이적생 황민경까지 총출동한 베스트 멤버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흥국생명만의 배구를 전혀 하지 못했다. 27.14%의 안 좋은 리시브효율을 보였고, 서브에서도 0대5로 완패했다.

높이에서도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키 185㎝의 이주아와 178㎝의 김나희가 미들블로커로서 나섰지만, 블로킹 득점에서 3대9로 밀렸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불안정한 토스에서 비롯된 낮은 공격성공률이다.

이날 흥국생명은 공격성공률 27.42%, 공격효율 12.9%로 저조한 득점력을 보여줬다.

경기 전부터 아본단자 감독이 가장 공을 들여 설명한 것이 세터진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원정과 김다솔이 번갈아 가면서 스타팅으로 나선다.

세터들의 선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훈련에서 맞춰 봤던 부분들을 실전에서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원정과 김다솔이 전후반을 책임졌지만, 답답하긴 매한가지였다.

낮은 토스는 공격으로 이어져도 번번이 상대 블로킹에 막혔고, 호흡이 맞지 않아 동선이 꼬이거나 상대 코트에 쉬운 공을 넘겨주는 경우도 생겼다.

감독이 기대했던 훈련에서의 성과는 확실히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세터들의 경기 운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공격수들이 안 좋을 때를 고려하지 못했다. 미들블로커들을 더 많이 사용하라고 주문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답답한 경기력이지만, 김연경은 후배들을 끊임없이 격려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을 뿐 김연경은 코트 밖에서 분주했다.

훈련 전에는 김다은을 비롯해 후배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경기 중에도 꾸준히 동료들과 코트 안 상황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잡혔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장면이 나올 때면 박수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데뷔 13시즌 만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갖춘 김연경은 우승이 가능한 팀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수 구단이 김연경 영입에 나섰고, 김연경의 선택은 흥국생명 잔류였다. 아본단자 감독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다.

흥국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과 꾸준히 통화하며 다음 시즌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단순한 설득을 넘어 내년 시즌 준비 전략과 팀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등 청사진을 그렸다.

그 때문에 계약 직후 김연경은 “감독님의 시즌 구상 계획이 내 마음을 결정하게 만든 큰 이유였다”고 밝힌 바 있다.

35세의 김연경 혼자만으로는 우승이 쉽지 않다. V리그로 복귀한 2020~2021시즌, 2022~2023시즌 두 번에 걸쳐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렇기에 후배들의 성장을 바랐지만, 아직까진 성장이 더디기만 하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